사이트 검색 입력

[이슈&이슈] 무조건 제한보다 다각적 관점서 공연 재개해야

  이태민 기자     편집  2021-09-14 14:22:54
  e_taem@daejonilbo.com  

지역 공연장, 자체방역 '확진자 0%' 성과
공연장 규모·공조 시스템 등 특성 제각각
'위드 코로나' TF로 맞춤형 지침 마련 필요


중구 대전예술가의집 1층 누리홀에서 방역업체 직원들이 공연장을 소독하고 있다. 사진=대전문화재단 제공

공연장 방역 명과 암

지난 6월 대중음악 공연장 입장 인원이 4000명으로 확대되면서 공연계는 잃어버린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며 일각에서는 공연장에 적용되고 있는 방역 지침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공연장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사례는 전국적으로 극소수임에도 강도 높은 제재가 이뤄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공연장에 적용되고 있는 방역 지침의 명과 암을 분석하고, '위드 코로나' 국면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살펴봤다.



◇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자체 방역 나선 지역 공연장

지난 6월 개편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별 지침에 따르면 다중이용시설 3그룹으로 분류되는 영화관과 공연장은 거리두기 1단계에선 좌석 띄우기와 운영 시간 제한이 없지만, 2단계부터는 '동반자 외 거리두기' 또는 '한 칸 띄기'가 의무화된다. 거리두기 4단계에서 공연 관람은 사적모임에 해당하기 때문에 오후 6시 이전에는 4인까지, 6시 이후에는 2인까지 허용되며 밤 10시까지만 운영한다. 이에 뮤지컬 등 공연종료 시간이 오후 10시를 넘기는 경우 공연 시간을 앞당기거나 인터미션(중간 휴식)을 줄이는 방식으로 정부 지침을 이행해 왔다. 정규공연시설 외 공간에선 공연이 전면 제한된다.

대전 지역은 정부 지침을 준수함과 동시에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용하며 자체 방역에 나섰다. 대전예술의전당과 대전시립연정국악원, 아트브릿지 등 지역 공연장은 입장 시 발열 체크는 물론, 공연 전후 환기·소독을 의무화했다. 입장 시 KF-94 마스크가 아닌 천이나 면 마스크 등을 착용하고 있을 경우 시설에서 구비한 KF-94 마스크로 의무 교체한 후 관객들의 입장을 허가했다. 대전예당 한 관계자는 "아트홀과 앙상블홀에 각 6명씩 투입해 인원 점검·통제 등 방역에 총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 공연장 '안전성 입증'…야외 무대는 '암전'

이처럼 공연계가 '방역 사수'에 나선 이유는 '공연장이 밀집이 이뤄지기 쉬워 감염병 확산이 빠르게 이뤄지는 구조'라는 인식 때문이다. 이를 깨기 위해 '자체 방역'에 힘쓴 결과, 대전 지역의 경우 코로나19 국면을 맞이한 지 1년 6개월을 넘긴 현재까지도 공연장에서의 감염 확산이 발생하지 않았다. 이와 같은 안전성 입증은 매출 회복으로 증명됐다. 13일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공연계 매출은 1175억 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2.33% 오르는 등 회복세를 보였다.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19년 하반기 매출(1859억 원)의 63.25%까지 근접한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대전 지역 공연 매출 역시 총 12억 4500만 원으로, 전년 동기대비(4억 3942만 원) 26.22%P가 상승했다.

둔산예술단지 한 관계자는 "지역 공연장에서 코로나 감염 확산이 1건도 발생하지 않아 안전성이 입증됐다는 점이 관객 수 회복에 영향을 미친 주요 요인으로 보인다"며 "올 초 완화된 객석 간 거리두기와 '3차 대유행' 종료 이후 여가 활동이 일정 수준 용인된 사회적 분위기도 한 몫 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같은 '철통 방역' 뒤에는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었다. 예매 기간에 거리두기 단계 격상이 이뤄질 경우 수용 인원이 변동됨에 따라 일부 객석에 대해 환불 조치를 거치는 등 일선 현장에서 혼선을 빚었다. 여기에 평소보다 업무량이 높아지며 현장 인력들의 피로도는 극에 달했다. 지역 공연계 관계자는 "연쇄 감염이 이뤄지기 쉬운 구조로 외출을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는 인력도 일부 있었다"고 말했다.

거리두기 4단계가 1달 넘게 지속되며 야외 무대는 활기를 잃었다. 대전시가 지난 8월 야심차게 준비했던 '아트위크 대전 2021'는 대전예당의 '빛깔 있는 여름축제'와 시립예술단 야외 공연, '들썩들썩 인 대전' 등이 둔산예술단지 야외무대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대부분 취소되거나 온라인 공연으로 대체되는 등 아쉬움을 남겼다.

지역 버스커들 역시 비대면 공연으로 관객을 맞이하는 데 그쳤다. 대전 지역 밴드에서 활동하는 최지윤 씨는 "고강도 거리두기가 적용되면서 버스커들 사이에서도 조심하자는 여론이 자연스럽게 조성돼 야외 공연은 사실상 전무했다"며 "섭외 형식으로 공연을 열더라도 공연장을 대관하거나 온라인 영상을 제작하는 등 공연 형태가 이전과는 너무 달라져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말했다.

공연 주최·주관 업체와 무대 제작·설치 업체, 대행, 전문 MC 등으로 구성된 공연산업계 역시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다. 13일 공연산업계에 따르면 공연 일정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돼 코로나 확산 이후 전년대비 70-95% 이상의 매출 감소를 겪었다. 여기에 추가 손실액까지 떠안으며 줄도산과 폐업으로 이어졌다. 때문에 대전공연문화산업협의회는 지난 3월 공연·문화행사산업의 집합금지 제한업종 추가 지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 공연계 "무조건적 제한이 아닌 점진적인 일상 복귀를"

공연계에서 수용 객석 인원과 공연을 제한하는 조치는 현 시점에서 더 이상 무의미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공연장과 야외 무대에서 감염 확산 사례가 적음에도 강력한 제재 조치가 적용돼 오히려 공연장이 위험하다는 인식을 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흐름에 공연 산업계를 중심으로 '위드 코로나' 국면을 고려한 방역 지침이 하루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는 최근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분명한 기준과 책임 소재 없이 시시각각 바뀌는 거리두기 지침을 지적하며 3단계 이하 적용 가능한 명확한 공연 규정, 백신접종자 대상 관람 기준 등 공연 재개를 위한 규제 완화와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 같은 여론은 지역 공연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육성호 아트브릿지 대표는 "수용 인원을 점진적으로 늘려 나가는 등 범위를 넓혀 가면서 대응 체계를 만드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감염 확산으로 인한 타격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제안했다.

세종 지역에서 보컬리스트로 활동하는 조영환 씨는 "야외의 경우 개방돼 있어 감염 가능성이 적다는 점을 감안, 백신접종자와 마스크 착용자에 한해서라도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며 "일률적인 기준으로 무조건 공연을 차단하기보단 다각적인 관점에서 공연 재개 방안을 고려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도 공연장의 규모와 상태 등 전반적인 특성을 고려해 맞춤형 방역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희성 단국대 문화예술학과 교수는 "실내와 실외 투 트랩 구분은 물론, 실내 공연장의 경우 공기 순환 시스템·천장 높이 등 내부 구성 기준을 명확히 잡은 후 유형별 방역지침을 수립해야 한다"며 "중앙정부의 가이드라인 설계와 함께 지자체에서는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위드 코로나' TF를 가동시켜 델타 변이까지 고려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태민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대전공연문화산업협의회 회원들이 지난 3월 대전시청과 5개 구청을 차례로 방문해 집합금지 제한업종에 공연·문화행사산업을 추가로 포함시켜 줄 것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대전일보DB]


지난 5월 청주시 보건담당 공무원들이 관람객들에게 자가진단검사키트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충북도 제공


서구 아트브릿지에서 공연 공간 소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아트브릿지 제공


서구 아트브릿지에서 직원들이 공연장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아트브릿지 제공


서구 아트브릿지 입구에 체온 측정기 등 인원 점검을 위한 방역 도구들이 설치돼 있다. 사진=아트브릿지 제공

대전일보
  • Copyright© 대전일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