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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 자수성가

  윤평호 기자     편집  2021-02-25 07: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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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성가한 기업인들의 통 큰 기부가 화제다. 배달의 민족 앱으로 유명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은 5000억 원 이상 기부를 약속했다. 카카오 이사회의 김범수 의장도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행 시 기부 금액이 5조 원 이상이라고 한다. 두 기업인 모두 부모의 힘에 기댄 금수저가 아닌 자수성가한 기업인이어서 관심과 지지가 더 컸다.

사전상 '자수성가'(自手成家)는 "물려받은 재산 없이 자기 힘으로 벌어 살림을 이루고 재산을 모은 것"을 뜻한다. 자수성가한 기업인의 기부 소식이 반가우면서 한편으로는 자수성가가 실제 가능한가 의문도 든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누군가의 보살핌 없이 생존할 수 없는 존재다. 무인도에 홀로 생존한 사람도 그가 스스로 삶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뭇 생명에게 기대 살아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을 뚫고 명문대에 진학한 학생이나 성공한 기업가, 의사 같은 특정 직업군의 일부는 현재 지위나 부를 본인 노력으로 성취해 공정한 것으로 것으로 여긴다. 다른 이들의 처지는 능력 없음, 노력 부족으로 이해하며 차별과 배제를 당연시한다. 그러나 정말 그들은 온전히 제 힘으로만 그곳에 가 닿았을까?

최근 열린 천안시 스타트업 정책 토론회에서 한 주제 발표자는 성공한 기업인들에게 기부까지 권고하는 사회 분위기가 적절한지 갸웃하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단계에서는 각종 지원과 정책을 역설하면서 성공 뒤에는 '내 힘으로 이룬 결실이니 터치 말라'는 이율배반적 사고다.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는 ESG경영과도 동떨어진 인식이다. ESG란 환경보호(Environment), 사회공헌(Social), 윤리경영(Governance)의 줄임말이다.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ESG경영이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ESG경영 앞에 단어 하나를 더 추가하자면 지역(Local)을 강조하고 싶다. 기업 유치에 나선 지자체나 신구 기업들도 이제 지역 차원의 ESG경영을 염두에 두고 판을 짜야 한다. 그에 앞서 자수성가는 '함께이룸'의 '공수성가'(共手成家)로 바뀌어야 마땅하다.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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