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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 추방당한 "140자의 헤밍웨이"는 어디로 갈까?

편집  2021-01-18 07:05:31

이혜진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

대선 결과에 불복하던 트럼프가 1월 7일 처음으로 순탄한 정권이양을 약속했다. 하지만 트럼프에게 진짜 패배의 날은 그가 트위터에서 영구히 추방된 1월 8일일 것이다. 1월 6일, 바이든의 당선을 확정하는 선거인단 투표 결과의 최종 인증을 저지하기 위해 트럼프 지지자들이 국회의사당을 난입하자, 트위터는 폭동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트럼프의 개인 계정을 12시간 동안 일시 정지했었다. 하지만 1월 8일, 트럼프가 바이든의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트윗을 올리자 트위터는 "추가적인 폭력 조장 위험성"을 이유로 트럼프의 개인 계정을 영구 정지시켰다. 일주일 동안 일어난 사건들의 맥락에서 볼 때 트럼프의 '불참석' 메시지가 그의 지지자들에겐 취임식에 거리낌 없이 무장 항의 시위하라는 신호로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8800만 명의 팔로워를 자랑하는 자신의 개인 계정이 정지되자, 미국 대통령 공식 계정을 이용해 그의 지지자들과 소통하려 했지만 트위터는 정책 위반의 이유를 들어 그의 트윗을 삭제했다. 트럼프 캠페인의 공식 계정도 같은 이유로 중지됐다.

임기 4년 동안 트럼프는 트위터로 정책 발표, 언론 공격, 타인 비방, 측근 해고, 지지자 선언을 해왔다. 그런 이유로 CNN의 한 정치분석가는 "트럼프 대통령직은 트위터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한 통계에 따르면 트럼프의 4년 임기 동안 리트윗 포함 트윗 횟수는 2만5000건이 넘는데 이는 하루 평균 18번꼴이다. 트럼프는 그 수많은 트윗으로 거짓 선동을 하며 세력을 키워왔는데 여기엔 그의 모든 트윗에 '뉴스 가치'를 부여하며 집중적으로 보도한 미국 언론도 한 몫한다. 미국 언론은 사람들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하는 것보다 트럼프의 수많은 거짓 정보를 '중립적' 가치의 명목 아래 모두 실어 날라 왔다. 그러면서 진실과 거짓의 구분은 모호해졌고 미국인들의 '트럼프 피로도(Trump fatigue)'는 높아만 갔다.

그 누구보다 트위터를 잘 활용한다는 자부심 때문에 트럼프는 2015년 자신을 "140자의 어니스트 헤밍웨이"라고 호칭했다. 트위터로 끊임없이 제기한 오바마의 미국 출생을 부정하는 '버서(birther)' 음모 이론으로 그가 강력한 대통령 후보가 되면서 트위터의 선동과 권력의 도구로서의 잠재성을 깨달았을 때이다. 그가 아무리 거짓 정보로 선동해도 트위터가 중립성의 이유로 일절 개입하지 않을 거라는 것도 잘 이용했다. 오랫동안 유지된 트위터와 트럼프의 평화로운 공생관계는 트위터가 작년 5월 트럼프의 "우편 투표는 선거 조작"이라는 트윗에 '사실 확인 필요'라는 경고 문구를 넣으면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트위터의 개입에 분노했지만 그의 트위터 정치는 1월 8일까지 계속됐다.

트위터에서 추방된 트럼프는 어디로 갈까? 트위터의 잇따른 제재에 반발한 트럼프 지지자들, 보수 강경파들 그리고 공화당 소속 정치인들이 대거 몰려든 '자유 발언' 앱인 팔러(Parler)가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폭력 선동'의 이유로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삭제되고 아마존의 웹 호스팅이 중단되면서 그 가능성도 희박해졌다.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 가능성도 있다. 어느 플랫폼으로 가든 트럼프의 영향력은 트위터에서처럼 거세진 못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소셜 미디어엔 트럼프 스타일의 선동을 하는 극우 세력들과 거짓 정보와 음모 이론을 퍼트리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무엇보다 트럼프의 영향력 아래 그의 반민주적 행위를 여전히 두둔하는 공화당계 국회의원들이 너무 많이 포진하고 있다. 140자의 헤밍웨이의 몰락과 함께 트럼프 피로도(Trump fatigue)는 줄겠지만, 그가 보여준 냉소적 정치, 민주주의 가치 혐오, 그리고 폭력적인 거짓과 선동이라는 역병(Trump plague)은 이제 막 유행을 하기 시작했다. 이혜진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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