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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평] 기술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편집  2021-01-13 07:05:38  

원은석 목원대학교 스톡스대...

2020년 12월 현대자동차에 인수돼 우리에게도 친숙해진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는 전 MIT 교수인 마크 레이버트(Marc Raibert)가 설립한 로봇회사다. 이 회사가 제작한 로봇들의 성능을 시연하는 동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전파되면서 유명세를 얻게됐는데 그 중, 주력 모델인 '아틀라스(Atlas)'의 영상은 단연 큰 화제였다. 자율적으로 이족보행을 하며 걷고 뛰는 것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공중제비까지 도는 이 로봇의 모습에 사람들은 경탄하며 크게 호응했다. 이후, 한 특수영상 전문 제작회사가 '미래에 군인을 대체하는 로봇'이라는 설정으로 아틀라스가 군사훈련을 받는 상황을 패러디한 영상을 제작했다. 비록 실제로 로봇을 출연시킨 것이 아니라 사람이 출연한 영상에 로봇 이미지를 덧입히는 방식으로 제작한 합성영상이지만, 이 영상에서 교관들은 아틀라스의 성능을 시험하기 위해 로봇을 발로 걷어차고, 벽돌로 머리를 내려찍기도 하며, 하키스틱으로 마구 때리기도 한다. 그리고 이 영상을 접한 사람들은 대부분 어려운 상황에서도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아틀라스의 능력이 대단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능력을 검증받는 과정에서 가혹하게 두들겨 맞는 로봇을 불쌍하게 여기는 반응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인간이 사용하는 기술을 기술로 인식한 것이다.

최근 '이루다'라는 AI챗봇이 큰 화제다. 챗봇(Chatbot)은 다른 사람과 메시지를 주고받는 소통을 뜻하는 '채팅(Chatting)'과 '로봇(Robot)'의 합성어로 사용자가 말을 걸면 자동으로 답해주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대화를 통해 스스로 학습하는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 탑재된 이 챗봇은 '실제 사람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20살, 아이돌 가수를 좋아한다는 개성을 가진 '이루다'라는 캐릭터가 부여됐다. 그리고 2020년 12월 20일 서비스를 시작한 후, 주요 타겟층인 10대와 20대의 폭발적인 반응으로 단기간에 페이스북에 약 12만 명, 인스타그램에 약 8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가 됐다.

그러나, 매력적인 캐릭터를 보유한 이 챗봇은 현재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용자들이 이루다와 나눈 대화내용을 이미지로 캡쳐해 SNS 및 유명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리면서 성적으로 부적절한 대화내용이 문제가 된 것이다. 이루다의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20대 연인들이 주고받은 메시지를 채팅 시스템의 기본 데이터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챗봇과는 달리 성적인 메시지에 상당히 현실감 있는 응답을 제공해기 때문이다. 또한, 젠더 이슈에 있어서도 사용자에게 편견을 줄 수 있는 답변을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개발사는 이루다의 서비스를 잠정 중단하게됐다.

향후 기술이 '실제 사람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점점 진화할 것으로 예측해 볼 때, 본질은 시스템이지만 인간과 친숙한 외형을 가진 서비스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즉, 본질은 컴퓨터로 작성된 프로그램이지만 우리가 접하게 되는 서비스는 친숙한 20대 이미지를 가진, SNS에 자신의 일상을 올리는 캐릭터로 포장된 기술을 접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인간다움을 전면에 내세운 기술이 우리의 곁을 찾을 때, 우리는 예전처럼 기술을 기술로 대할 때 발생하지 않았던 문제에 접하게 된다. 지금까지 우리가 기술을 대하는 윤리적 판단 대상은 함께 기술을 사용하는 다른 사람에 대한 태도에 큰 비중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로봇 아틀라스의 능력을 검증하기 위해 로봇을 마구 때리는 행동과 이루다에게 성적으로 부적절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모두 기술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임을 생각해 보면, 앞으로는 진짜 인간이 아닐지라도 인간의 모습을 지닌 기술 그 자체를 어떤 태도로 다뤄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도 영화 속 내용이 아닌 현실의 우리가 고민해야 할 일상의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원은석 목원대학교 스톡스대학 기초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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