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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헌 칼럼] 호랑이 등에 탄 이낙연

  김시헌 기자     편집  2021-01-06 18:04:17
  seekim@daejonilbo.com  

사면론 제기 당내외 반발 멈칫
대통령 정치적 부담 분산 효과
누군가는 해야 할 일 긍정론도

김시헌 논설실장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이 새해 벽두부터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맨 처음 이를 제기한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의중이 무엇이었든 간에 여야 정치권을 넘어 진영 대결로 번지는 양상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여당이 속도 조절에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지만 쉽사리 수그러들 것 같지는 않다. 이미 봇물이 터져 사회적 논쟁으로 확산한 만큼 이를 거둬드리기는 어려울 것이란 뜻이다. 사면론은 오는 14일 예정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최종 선고를 계기로 뜨거워져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국면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낙연 대표가 새해 첫날 "적절한 시기에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며 사면론을 들고 나온 것은 고심의 결과이자, 계산된 행동으로 볼 수 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내고 당 대표로 연착륙해 대권가도를 순항했지만 최근 여러 악재의 돌출로 주춤한 모양새다. 코로나19 재유행, 집값 폭등, 그리고 무엇보다 추미애 법무장관 대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루한 대결 와중에 이 대표의 존재감은 미약해졌고, 이는 곧 지지도의 약화를 초래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는 반전카드가 절실했을 것이다. 그가 내년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오는 3월에 당권을 내놔야 한다. 대권과 당권을 분리하고 있는 민주당의 당헌에 따라 그의 대표 임기는 2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갈 길은 먼데 시간은 촉박한 형국에서 여론의 지지세는 퇴조 기미가 뚜렷하다보니 조급함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꺼내든 것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평소 이 대표의 신중한 태도를 감안하면 사면론은 돌출행동이 아니라 준비된 것이란 해석도 가능하다. 언제, 어떤 형태로 제기해야 효과가 있을지 따져봤을 것이라는 얘기다. 주지하다시피 당내 대권 경쟁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급진개혁의 색채가 강한 반면 이 대표는 중도개혁의 이미지를 지녔다. 야권의 공세와 윤석열 검찰총장의 급부상 등으로 여권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국민통합을 앞세운 사면카드는 중도개혁세력이 이탈을 막고 자기세력화 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하지만 사면론의 최종 종착지는 청와대다. 사면 단행 여부나 시기 등 모든 것은 사면권자인 문 대통령에게 달려 있고, 그에 따른 부담도 대부분 대통령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당내 강경파와 문 대통령 적극 지지층이 이 대표를 성토하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왜 부담을 문 대통령에게 떠넘기느냐, 내년 대선국면에서 거론할 문제를 왜 앞당겨 분란을 조장하느냐는 불만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역으로 이 대표의 사면 건의는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도 있다. 이 대표가 문 대통령과 전혀 교감이 없었다고 선을 긋는 이유도 이런 역학관계 때문이 아닐까.

이낙연의 노림수가 묘수가 될지 무리수가 될지, 대권가도에서 득실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여론은 진영에 따라 확연히 갈려 되레 갈등을 부채질하는 양상이고 정치권의 공방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 대표가 원했든 원치 않았든 간에 사회적 담론으로 떠오른 것은 그만큼 민감한 사안이란 반증이다. 언젠가는 풀어내야 할 방정식에 먼저 손을 댄 것을 두고 마냥 비판의 시선을 보낼 수는 없다는 생각도 든다.

이제 이 대표는 국민통합이라는 자신의 진정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사면론을 선뜻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다. 당분간 속도 조절이 필요할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서 물러나면 '대권주자 이낙연'은 물론 당 대표의 운신폭도 제한될 것이란 점을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본인도 이를 감안한 듯 적절한 시점에 대통령에게 건의를 하겠다고 거듭 천명했다. 어차피 호랑이 등에 올라탄 형국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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