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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산책] 아시타비(我是他非)를 생각함


 편집  2021-01-04 07:28:54  

김현식 충남문화재단 대표이...

힘겨웠던 2020년 한 해를 보내고 2021년 신축년(辛丑年) 흰소띠 해가 밝았다. 소는 인내, 신의, 정직, 근면을 상징하는데, 특히 흰 소는 신성한 동물로 여겨져 재물과 명예가 따른다고 한다.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네 사정을 생각하면, 새해에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하는 위안거리가 아닐 수 없다. 제발 그리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문제는 지난달 교수신문이 해마다 발표하는 '올해의 사자성어'에 '아시타비(我是他非)'가 선정됐다는 점이다. '나는 맞고 너는 틀렸다'는 뜻이다. 2위에는 부끄러움을 모르고 뻔뻔하다는 '후안무치'가 선정 됐다. 결국 지난 한 해 한국사회는 코로나의 대위기 속에서도 진영으로 패를 갈라 자신의 치부는 모른 척하며 오직 상대편을 모욕주고 흠집내서 반사이익을 얻는 일에만 광분했다는 말이다. 그러니 아시타비를 고치지 않으면 자칫 '흰 소'에 걸었던 새해 희망도 무망해지지 않을까 심히 걱정되는 게 사실이다.

더 심란한 일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아시타비를 선정한 교수사회(지식인 일반을 포함)에 대한 극도의 불신도 표출됐다는 점이다. 지식인 너희들은 그동안 무얼하다 이제와서 논평식 사자성어나 고르고 있느냐며 비꼬아 일갈하는 소리가 나왔으니 말이다. 교수들의 아시타비 선정이 딱히 틀려 보이지도 않는데 이런 욕설이 등장하는 것은, 민초들의 고통이 그만큼 크고 개혁에 대한 기대가 절망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사실 아시타비가 한국사회의 고질병이 된 지는 이미 오래다. 분단과 전쟁, 이념과 지역으로 편갈랐던 군사독재와 그에 저항했던 민주화투쟁, 친일 잔재의 미청산 등은 현대사의 산물이다. 산업화 민주화 이후의 선진 대한민국을 위해 소위 '87년 체제'를 바꾸고 새시대를 맞이할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지금은 모두 실패하고 진영싸움만 남았다. 아시타비만 잘하면, 상대에게 악의 프레임을 씌워 쓰러뜨리면, 부와 권력과 명예를 독점하게 되니 말이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의 국가적 위기와 환경파괴로 인한 기후변화와 전염병의 세계적 대재앙은 우리 모두에게 물질만능의 자본주의적 삶과 이기적 개인주의, 그리고 적대적 공생관계의 낡은 기득권체제에 대해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주고 있다. 증오와 저주의 이분법과 선악론은 복잡한 세상과 미래로 나아가야 하는 현실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해 국내 창궐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아시타비를 바꾸지 않으면 마침내 공멸을 초래하고 말 것임을 깨달으라는,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경고와 인간을 사랑하시는 신의 마지막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이제는 영국발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 감염사례까 전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어 어렵게 개발한 백신과 치료제마저도 위협하고 있다. 비대면 일상화가 길어질수록 4차 산업혁명은 가속화 되고, 종교마저도 근본이 흔들리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한국사회의 보수와 진보도 바닥부터 흔들리며 분화의 조짐이 보인다.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진영도 국가도 인류도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이다. 새로운 비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제는 더 늦기 전에 우리 삶을 되돌아 볼 시기다. 우리 국가와 사회의 모습을 되돌아 보자. 아시타비를 멈추고 기본틀을 바꾸는 본래의 개혁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아닌가. 김현식 충남문화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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