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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헌 칼럼] 김종인의 사과

  김시헌 기자     편집  2020-12-09 18:06:29
  seekim@daejonilbo.com  

박근혜 탄핵 인정 민감한 사안
과거와 절연 못하면 미래 없어
당내 반발 여전 사과 수준 관심

김시헌 논설실장

9일 유력시됐던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관련 대국민 사과가 돌연 연기됐다. 공수처법을 비롯한 권력기관 개혁법안 등에 대한 민주당의 단독처리 등으로 정국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때가 아니라고 본 듯하다. 사과의 의미를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다시 택일을 하겠다는데 아마도 그 시간이 그렇게 길어질 것 같지는 않다. 김 위원장이 당내 일부 반발에 비대위원장 직까지 거론하며 사과를 하겠다는 뜻을 굳힌 이상 그냥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두 전직 대통령 시절 국정농단 등 과오에 대한 사과는 국민의힘으로부터 멀어진 국민의 마음을 다시 얻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할 수 있다. 당 차원의 공식적인 사과를 통해 과거의 잘못과 절연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그의 판단은 꽤나 현실적이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사과를 하겠다는 용기도 높이 살 만하다. 2016년 12월 9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 의결일로부터 4주년이 지난 어제를 디데이로 잡았던 것은 정치적 감각으로 볼 수 있겠다.

하지만 '박근혜 탄핵' 사과는 국민의힘에 있어 아주 민감한 사안이다. 당내 계파 갈등을 촉발할 위험부담은 물론 보수의 분열을 초래할 가능성도 내재해 있다. 나아가 김 위원장이 과연 사과의 주체로서 적격인지, 당사자인 두 전직 대통령이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무엇을 사과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논란을 확대 재생산할 요소도 다분하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의 대국민 사과 연기가 과연 소란스러운 정국 탓 만일까라는 궁금증을 남긴다.

이런 논란 속에서 김 위원장의 사과 수준은 다소 제한될 소지도 엿보인다. 그의 발목을 잡는 저항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일단 사과는 당사자들이 해야 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암묵적 동의라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두 전직 대통령은 사과를 할 뜻이 전혀 없는 모양이다. 잘못한 게 없는데 무슨 사과냐는 것이다. 한 사람은 재판도 거부하는 등 대한민국 사법체계에 맞서고 있고, 또 다른 이는 정치적 희생양이 됐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사과를 하더라도 당사자들이 여전히 뻣뻣한데 그 진정성이 통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김 위원장이 사과 주체로서 적격인지에 대한 문제 제기도 그의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총선 패배 등으로 풍비박산난 당을 수습하기 위한 구원투수일 뿐 당을 대표하는 인물도, 정통성도 없다고 폄하하는 이들이 엄존한다. 그런 그가 당의 총의도 모아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과를 강행하면 단순히 정치적 퍼포먼스에 그칠 소지를 배제할 수 없다. 진정으로 국민의힘이 과거에 대한 반성과 통찰을 하려면 두 전직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호가호위했던 측근들도 함께 나서야 하지만 뒤에서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김 위원장의 사과를 국민들이 납득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용이 중요할 것이다. 두 전직 대통령이 국정농단과 횡령, 뇌물 수수 등으로 헌법가치를 훼손하면서 국격은 땅으로 떨어졌다. 이를 방조한 당의 책임도 그에 못지않다. 김 위원장의 사과는 이를 총망라해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벌써 당내 중진들의 반발에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대신해 사과하는 '대리 사과'가 아닌 단순 사과로 그칠 것이란 관측도 무성하다.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변하려면 과오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 탄핵 4년이 지나도록 책임지고 사과하는 사람 하나 없는 당은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할뿐더러 미래도 기대할 수 없다. 진정한 사과는 당을 분열시키는 것이 아니라 더욱 단단하게 만들 수 있다. 김 위원장은 그런 믿음으로 당 구성원을 설득하고 사과에 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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