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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광장] '양치기 소년'이 된 대전시

 정재필 기자     jpscoop@daejonilbo.com  
 편집  2020-10-16 07:05:10  

10년간 4차례 무산 유성복합터미널 조성
민선4기 '대전 복터' 비교 시 끝내고 남아
무능·무책임·무사안일 등 '3無 행정' 씁쓸

정재필 취재 2부장

대전시와 대전도시공사가 추진하던 유성복합터미널 조성사업이 또 무산됐다. 단 한 번도, 두 번도 아니다. 10여 년간 4차례나 좌초됐다. 사업을 끝내고도 남을 충분한 시간이지만 도돌이표다. 10년간 허송세월만 보낸 셈이다. 엄청난 시간 낭비에 행정력 손실, 시민 혈세 낭비까지 초래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간 추진 과정을 보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이끈 리더가 안 보였다. 행정력 지원은 더 말할 것도 없다. 4차례나 좌초됐지만 책임지는 공직자는 단 한 명도 없다. 그나마 뒤늦게 책임을 맡은 간부 공직자의 사과 한 마디가 전부다. 시민들에게 "이렇게 됐으니 그리 알라"고 통보하는 뉘앙스마저 지울 수 없다. 이달 말까지 대안을 내놓겠다고 한다. 한술 더 떠 민간공모가 아니라 공영개발을 운운하고 있다. 공영개발 시 계획 축소가 당연시되지만, 1500-2000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예산을 감당해야 하지만 공론화 과정 없이 먼저 운을 떼고 분위기를 띄우는 양상이다. 자기 집 곶간이라면 먼저 손사래를 칠 것이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하더니 벌써 의심의 눈초리도 없지 않다. 책임 있는 리더의 공식 사과와 함께 4차례 실패 원인에 대한 분석과 사유를 꼼꼼히 되짚어봐도 모자랄 판국에 개선장군인 듯 한 모습을 보니 걱정이다. 이 참에 폐기 위기에 처한 서부터미널 등 큰 틀과 원점에서 재검토할 여유가 생겼지만 아랑곳하지 않을 양상이다.

민선 4기 당시 추진된 용전동 대전복합터미널 조성 사업과 비교하면 안스럽기까지 하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복터'로 불리는 핫 플레이스. 10여 년 전만 해도 30년이 넘다 보니 협소한 부지와 낡은 시설 등 대전의 관문 답지 않게 불편과 민원이 지속됐다. 복터 추진과정에 대한 후일담을 들어보니 어려움이 상당했다고 한다. 오랜 숙원이었지만 관례가 없었다는 이유로 반대에 부딪힌 사기업과 지자체 간 협약 체결, 대형마트 총량제 등 걸림돌도 많았지만 당시 박성효 대전시장과 이장우 동구청장의 강한 의지와 추진력, 행정의 뒷받침 등이 어우러지면서 몇 년내인 2011년 말 완공됐었다.

결국 유성복합터미널 조성 사업은 무능과 무책임, 무사안일 등 '3無 행정'이 빚은 소산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솝 우화에 양치기 소년과 늑대 이야기가 있다. 한 마을에 양 떼를 지키는 목동이 있었다. 혼자 양 떼를 지키고 있자니 심심했던지 하루는 목동이 마을을 향해 소리 쳤다. "늑대다. 늑대가 나타났다!" 이 소리에 놀란 사람들은 몽둥이를 들고 언덕 위로 뛰어 올라왔다. 하지만 늑대가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목동이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알고, 욕을 하며 돌아갔다. 이런 모습에 목동은 매우 즐거워했다. 이후 목동은 몇 차례 거짓말을 더 했고,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헛걸음만 쳤다. 이후 마을 사람들은 소년의 말을 믿지 않게 됐다.

그런데 어느 날 정말로 늑대가 나타났다. "늑대다! 늑대가 나타났다!" 겁먹은 목동은 힘을 다해 소리를 쳤다. 그러나 사람들은 목동이 또 장난을 치는 줄 알고 무시해 버렸다. 혼자뿐인 목동은 어쩌지 못했고 늑대들은 결국 양 떼를 다 잡아먹어 치웠다. "거짓말쟁이의 말은 진실을 말할 때조차도 아무도 믿지 않는다"는 설명으로 끝을 맺는 이 이야기는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교훈을 주지만 리더들에게도 새겨 들어야 할 소중한 메시지도 준다. 중요한 일을 할 때 진실을 말하는데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평소에 신뢰를 잃어버린 그런 사람이 되지 말라는 점이다. 허태정 대전시장과 김재혁 대전도시공사 사장은 이 점을 깊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 10년간 표류했던 유성복합터미널 조성사업이 이번 5번째만큼은 꼭 성공하길 바란다. 정재필 취재2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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