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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의 와인감상] 본-로마네


 편집  2020-10-15 07:05:40  

신성식 ETRI 지능화융합연구...

본-로마네도 즈브레-샹베르땡과 샹볼-뮤지니처럼 원래 마을 이름 본(Vosne)에 그랑크뤼밭 명칭 로마네(Romanee)를 붙여서 만들어졌습니다. 본은 숲을 의미하는 단어에서 파생되었는데, 9세기 말 쌩비방(Saint Vivant) 수도원이 세워지면서 마을 주변을 둘러싼 숲을 포도밭으로 바꿨다고 합니다. 수도원 기록에 로마의 포도나무(vignes romaines)가 언급되면서 로마네가 포도밭 명칭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본-로마네 포도밭 규모는 176ha로 위쪽 마을 샹볼-뮤지니와 비슷합니다.

본-로마네는 꼬뜨드뉘에서 가장 뛰어난 품질의 와인들이 생산되는 마을로, "본-로마네에서는 평범한 와인이 나오지 않는다."고 할 정도입니다. 우아함과 벨벳 같은 부드러움에 향신료 향이 화려하여 고혹적인 와인으로, '부르곤뉴 목걸이 한 복판의 진주'로 칭해지기도 합니다. 마을 서쪽 언덕에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 로마네-꽁띠(Romanee-Conti, 1.77ha)의 포도밭을 중심으로 서쪽(오르막)으로 로마네(0.85ha), 남쪽으로 라그랑드뤼(La Grande Rue, 1.65ha)와 라따슈(La Tache, 5.08ha), 동북쪽(내리막)으로 로마네-쌩비방(9.43ha), 북서쪽으로 리쉬부르그(Richebourg, 7.68ha)까지 총 6개의 그랑크뤼가 위치합니다. 이들 그랑크뤼 포도밭들은 쥬라기 시대 형성된 지반에 석회암, 이회암 등의 점토질 토질인데 언덕으로 갈수록 진흙의 비중이 줄어듭니다.

애초에 '라 로마네'로 불리던 로마네-꽁띠 명칭은 루이 15세의 사촌인 꽁띠 왕자(루이 프랑수와 드 부르봉)가 루이 15세의 정부 뽕빠두르 후작부인과의 경쟁에서 이기고 1760년 포도밭을 인수하면서부터입니다. 로마네-꽁띠와 라따슈를 독점밭으로 소유한 도멘 로마네 꽁띠(DRC)는 평균 5000여 병만 생산되는 로마네-꽁띠를 따로 판매하지 않고, 로마네-꽁띠 1병, 라따슈 3병, 리쉬부르그 2병, 로마네-쌩비방 2병, 그랑 에세죠 2병, 에세죠 2병을 묶어 12병 한 세트로 끼워팔기를 합니다. 로마네와 라그랑드뤼는 다른 와이너리의 독점밭입니다.

로마네-꽁띠는 2011 빈티지를 일본에서 구한 동호회 회원분의 배려로 저도 맛보긴 했지만, 제게 아직까지 최고의 부르곤뉴 와인은 그랑크뤼가 아니라 프르미에크뤼인 크로 파랑뚜(Cros Parantoux)입니다. 부르곤뉴 와인 명장인 메오-까뮤제(Meo-Camuzet)의 2004년 빈티지를 2009년 7월에 만났었는데, '명불허전'이란 단어가 딱 어울리는 환상적인 와인이었습니다. 만화 '신의 물방울'에 자주 등장하는 앙리 자이에(Henri Jayer)로 인해 이름이 익숙해진 크로 파랑뚜 가격은 로마네-꽁띠의 1/15-1/20 수준였는데, 프르미에크뤼이지만 왠만한 그랑 크뤼보다 몇 배 비싼 와인입니다. 샹볼-뮤지니의 레자무레즈와 비슷한 사례입니다.

본-로마네에는 크로-파랑뚜 외에도 끌로데레아(Clos des Reas) 등 10여 개의 프르미에크뤼 포도밭이 있습니다. 뉘쌩조르쥬에 위치한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바로 위쪽 마을 본-로마네로 가는 길을 여러 번 지나다보니, 부르곤뉴답지 않게 포도밭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게 세워진 보르도 스타일의 돌담 안이 궁금해졌습니다. 자주색 다양한 문양으로 장식된 철문을 들어서니 잘 정돈된 끌로데레아 포도밭이 지평선 멀리까지 이름만큼 예쁘고 멋지게 펼쳐져 있네요. 포도밭 맞은 편에는 유명 와이너리들, 도멘 르로이(Leroy), 도멘 노엘라(Noellat), 도멘 뮤느레(Mugneret)가 나란히 자리잡고 있고요. 신성식 ETRI 지능화융합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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