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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논단] 가인(街人)선생이 그리워지는 가을


 편집  2020-09-24 07:05:48  

강병호 배재대 미디어콘텐츠...

세상이 혼탁하고 역사가 역류할 때 사표(師表)로 존경할 어른이 그리워진다. 바로 가인(街人)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이다. 법무부와 대법원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볼 때 마다 그렇다.

가인(街人) 김병로 선생은 1887년 출생하셨고 1910년 일본 메이지(明治) 대학교 법학과에서 공부했다. 귀국 후 1919년 변호사 사무소를 개업하고 신간회(新幹會)를 중심으로 활발한 독립운동을 전개하며 수많은 독립운동 사건의 무료변론을 맡았다. 1948년 초대 대법원장, 1953년 제2대 대법원장이 돼 1957년 70세로 정년퇴임하셨다. 대법원장 재임 9년 3개월 동안 모든 외압과 간섭을 뿌리치고 신생 대한민국의 사법권 독립의 기초를 다졌다.

사법권 독립을 위한 가인 선생의 노력은 처절할 정도였다. 따라서 불만을 가진 이승만 대통령과 늘 대립했다. 이승만 대통령이 법원의 판결을 비난하자 "억울하면 절차를 밝아 항소하라"고 맞받아친 것은 지금까지도 '사법부 독립'의 상징적 발언으로 기억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많은 국가들이 저개발 독재국가로 추락했지만 대한민국이 오늘과 같은 발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3권 분립의 원칙', '사법부 독립'을 목숨과 같이 지켰던 가인 선생 같은 분이 계셨기 때문이다.

70여 년이 지난 지금 가인선생이 터를 닦아놓은 '대법원'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며 우리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은수미 성남시장, 이재명 경기지사 사건 무죄취지 파기환송, 방통위의 이승만, 박정희 관련 방송물 '백년전쟁' 제재에 대한 파기환송,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부당 판결 등 대법원의 판결들은 한 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어졌다는 세간의 여론이 강하다. 결국 문재인 정부의 이념과 궤(軌)를 같이 하는 판결들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부당 판결'은 2015년 헌법재판소 판례(교원노조법 중 합헌조항)까지 뒤집는 것이어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국론분열을 막기 위해 선거소송은 통상적으로 2개월 안에 끝내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4·15 총선과 관련된 125건의 '부정투표의혹 선거소송'을 4개월 넘게 방치했고 최근 여론에 밀렸는지 '석명준비 명령서'를 변호사들에게 발송하고 있다. 하지만 재검표 방법에 대해 법원이 제기한 항목들을 꼼꼼히 보면 기술 관련 쟁점사항을 놓고 갑론을박(甲論乙駁)하다 또 재판이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떨치기 어렵다. 9월 7일 임기를 끝낸 권순일 대법관의 행동은 국민들을 더 어리둥절하게 한다. '중앙 선거관리 위원장' 직을 겸직하는 대법관은 관례에 따라 대법관 임기종료와 함께 위원장직도 내려놓는다. 선관위의 중립성을 위해 대법관 임기가 끝나는 날 중앙선관위원장도 동시에 물러나는 것이다. 하지만 권순일 대법관은 위원장 퇴임을 하지 않고 선관위 내부 인사(사무총장, 차장)를 추진했다.

문제는 이러한 정황들이 쌓여서 국민들에게 부정선거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가질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의 이 같은 상황은 대법관들의 인적 구성과도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우리 법 연구회', '국제인권법 연구회', '민변' 출신 대법관이 늘어나고 있다. 이 단체들은 문재인 정부와 이념적 동지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 최근 국가보안법으로 처벌받은 이력을 가진 법관이 대법관으로 임명되면서 과도하게 특정 이념에 경도돼 있다는 세간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법관이 현재 권력과 동일한 방향을 지향한다면 '3권 분립 원칙'은 내재적으로 무너졌다고 볼 수 있다.

"사법관으로서의 본분을 지킬 수 없다고 생각될 때는 사법부의 위신을 위해 사법부를 용감히 떠나야 한다", "모든 사법 종사자에게 굶어 죽는 것을 영광이라고 그랬다. 그것은 부정을 범하는 것보다는 명예롭기 때문이다" 생전 가인(街人) 김병로 대법원장의 대갈일성(大喝一聲)이 가을 하늘에서 들리는 것 같다. 올해 겨울은 유난히 추울 것 같다. 강병호 배재대학교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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