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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희망고문

 김용언 기자     whenikiss99@daejonilbo.com  
 편집  2020-09-23 07:05:29  

취재3부 김용언 기자

코로나19는 일상을 송두리째 바꿨다. 공기가 아무리 좋아도 마스크를 한다. 마스크가 귀해져서 줄을 서서 사게 될 줄도 몰랐다. 볕이 따뜻해지는 3월. 학교 문턱을 넘어섰어야 할 학생들은 새 친구 대신 원격수업이 익숙해졌다. 마스크를 벗고 편하게 숨쉬는 날이 올 것이란 기대는 이제 접었다. 미증유의 코로나19 위기가 소상공인을 덮친 지 반년이 훌쩍 넘었다.

치킨집 사장은 배달 대행 수수료를 아끼려고 오토바이에 몸을 실었고, 기합소리로 가득 차던 동네 태권도 학원 관장은 야간 택배 아르바이트를 했다. 예상대로 상반기 소상공인·자영업계는 쑥대밭이 됐다. 덩치 큰 대기업도 휘청거리는 마당에 동네 사장들의 타격은 오죽했을까.

힘들게 모아온 적금 통장을 깨고 은행 대출 창구를 두드렸다. 당장 생계가 막막한데 코로나 충격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언젠가는 코로나19 충격이 걷혀진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고진감래가 진부하게 느껴질 뿐이다. 이런 와중에 정부가 소상공인을 포함해 경제적 타격을 입은 국민들을 위해 곳간을 다시 열기로 했다. 추석 연휴 전 '현금 지원' 카드를 들고 나선 것이다. 소상공인들에게는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시계바늘을 1차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5월로 돌려본다. 당시에도 고진감래가 인용됐다. 쓴 고통이 다하면 단 것이 온다 했지만 반추해보면 '희망고문'이었다. 1분기부터 어려움 속에서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버틸 수 있었던 건 정부의 고용유지지원, 금융 지원 덕분도 있겠지만, 한편에는 동네 자영업자들을 향한 뜨거운 응원이었는지 모른다.

희망이라는 밑거름에 언젠가 다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믿음. 많은 소상공인들이 긴 터널 속에서도 사회와 손절 하지 못하는 이유다. 세상에 확실성은 없기 때문에 가능성은 언제나 양면을 가진다. 기상청 일기예보를 불신하며 내뱉는 '또 속냐'는 말처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다시 한번 속을 각오를 할지 모른다. 코로나19가 또 다시 이들을 속일지라도, 소비자인 우리는 열심히 '구매 풀무질'을 하면서 응원하면 된다.

취재3부 김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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