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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논단] 뱀장어의 눈물


 편집  2020-09-21 07:05:56  

신귀섭 법무법인 충청우산 대...

30년 전인 1990년경 목포에서 2년간 근무한 적이 있다. 그때 목포 앞바다에는 수많은 바지선이 떠 있었고 그 곳에서 숙식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뱀장어 치어(새끼 뱀장어)를 잡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잡은 뱀장어 치어들은 당시 마리당 1000원이 넘는 비싼 가격으로 전량 일본으로 수출됐기 때문에 그들의 수입은 짭짤하였다고 들었다. 일본에서는 이를 수입해 양식에 쓴다고 하였다. 양식이라 하면 성체로부터 수정란을 채취해 이를 부화시킨 뒤 이를 키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뱀장어의 경우는 수정란의 채취와 부화가 불가능해 부득이 뱀장어 치어를 구해서 이를 키우는 식으로 양식을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양식 방법은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이용되고 있다.

일본 사람들은 뱀장어 요리를 너무나 좋아해서 일찍부터 뱀장어를 대량으로 양식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를 했으나 뱀장어의 특별한 산란과 부화 방식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다. 뱀장어는 여러 장어들 중에서 민물에서 서식하는 거의 유일한 종류인데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뱀장어는 하천이나 호수의 민물에서 자라다가 다 자라면 우리나라에서 3000km나 떨어져 있는 필리핀 인근의 '마리아나 해구'라는 심해로 가서 산란을 하고 그 곳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곳에서 부화한 치어들은 어미들의 고향인 하천이나 호수를 찾아 오는데 사람들이 하천과 바다가 만나는 하구에서 이들 치어를 잡는 것이었다.

20년 전인 2000년경 다시 목포에서 근무하게 됐다. 그런데 목포 앞바다에 뱀장어 치어잡이 바지선이 없었다. 당국의 단속으로 없어진 것이 아니었다. 영산상 하구에 하구언(강물과 바닷물이 하구에서 섞이는 것을 막아 민물을 확보하려는 목적에서 하구 지역에 설치된 일종의 댐)이 설치돼 뱀장어들이 육지와 바다를 오가는 것이 차단이 되는 바람에 더 이상 뱀장어 치어들이 이곳으로 올라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전부터 자연산 뱀장어가 귀한 음식으로 널리 소비됐는데 지금 소비되는 뱀장어는 거의 100% 양식 뱀장어인 걸로 알고 있고, 양식 뱀장어도 그 맛과 영양이 뛰어나 많은 사람들이 이를 즐기고 있다. 그러나 자연산 뱀장어는 양식 뱀장어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그 맛이 뛰어나다. 하지만 자연산 뱀장어는 아무리 많은 돈을 주더라도 구하기가 어려운 것이 요즈음 형편이다.

몇 년 전에 이미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뱀장어의 인공 산란과 부화에는 성공을 했으나 이를 치어로 키워내는 먹이를 알지 못해 치어 양산에는 실패했다고 한다. 그래서 부득이 치어채집이 어려워진 우리나라에서는 베트남 등에서 치어를 수입해 양식하고 있다고 듣고 있다.

과거 옥천군에서 대청호에 뱀장어 치어를 방류하기도 했으나 산란을 위해 바다로 나가는 길이 댐으로 막혀 있어 산란기가 되어도 산란을 못하고 대청호에 갇혀 지내다 보니 기형적으로 뚱뚱하고 자리몽땅한 모습으로 변한 모습을 보고 안타까웠다.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로서 전국의 주요 하천에 수 많은 댐과 하구언을 설치해 민물을 확보해 각종 용수에 대처하고 있는데, 이들 시설은 필연적으로 어류들의 이동을 방해하고 있고, 특히나 하천과 바다를 오가며 사는 습성을 가진 뱀장어의 생존에는 치명적인 장애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자연산 뱀장어는 사실상 멸종되었거나 멸종 위기에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인구의 증가와 산업의 발달로 인하여 물의 수요가 늘어가고 이 수요에 맞추어 필요한 물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댐이나 하구언 등이 설치되는 것은 불가피한 면이 있어 보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로 인해 뱀장어의 멸종과 같은 자연파괴가 지속된다면 이번 코로나 사태 같은 환경의 역습이 빈발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면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금강하구언의 개방을 요구하는 충청남도와 이를 반대하는 전라북도의 갈등의 해결에 있어서도 뱀장어의 생존방안까지도 함께 충분히 고려되기를 희망한다. 신귀섭 법무법인 충청우산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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