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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병배 칼럼] 박병석 의장 60일

 라병배 기자     cuadam@daejonilbo.com  
 편집  2020-08-05 18:16:28  

박병석 국회의장이 취임한 지 2개월이 흘렀다. 박 의장은 지난 6월 5일 21대 국회 전반기 의장에 선출됐고 7월 임시국회가 막을 내린 지난 4일 60일을 꽉 채웠다. 박의장은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될 때까지 숨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다. 국회 수장에게 회기 다르고 비회기 다르다고 하기 어렵지만 당분간 '한 텀'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것은 사실이다. 8월 달력 한장이 지워지면 정기국회 90일 레이스가 기다리고 있다.

박 의장은 6선 의원으로 정치인생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전·후반기 2년씩 나눠 맡는 의장 자리는 현역 의원 300명 가운데 2명에게 기회가 돌아간다. 300분의 2 확률에서 보듯 엄청난 '좁은 문'이고 운도 따라줘야 오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박 의장은 국회 1인자로 향하는 코스를 충실히 밟아온 정치인으로 규정된다. 2000년 4월 16대 총선 이후 대전 서구갑 지역구에서의 6회 연속 당선 기록이 이를 증명한다.

의원 선수가 높아도 다수당에 속해 있지 않을 경우 의장직과 인연을 맺지 못한다. 박 의장은 이 조건도 충족된 상태였고 결국 의장직에 직행했다. 진보계열 정당 투신 20년이 의장이라는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할까. 부연하면 거대 여당이 배출한 유일 최다선인 데다 계파 논에 기속될 정도의 정치적 부채가 없는 의회주의자라는 점, 정치권에 특별히 적을 두지 않는 처세를 해왔다는 점, 충청을 대변하는 상징 인물이라는 점 등이 그를 의장직으로 밀어 올린 동력원이었을 터다.

박 의장을 충청의 집단정서에 넣으면 더 없는 정치적 성취와 맞물린다. 대체로 무색무취에 가깝고 한편으론 정치권력 주변부를 맴돌기만 해온 지역의 현실을 감안할 때 어떤 식으로든 터질지 모르는 임계점 같은 것에 근접한 지역민 감정선을 기분 좋게 자극했다.

때 마침 여권발 행정수도 완전 이전론이 정국을 격동시키고 있는 현실이 주목된다.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은 정치공학과는 일절 무관한 시대적 핵심 정책의 구현이라는 데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여당이 선수치고 나왔고 이번엔 결판을 낸다는 결기로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모든 논의는 국회 수렴 과정을 거치게 된다고 볼 때 '키맨' 역할이 가능한 고도의 책임성 있는 정치인이 바로 박 의장이라는 점을 특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보면 박 의장은 행운의 여신이 제발로 다가와준 정치인이다. 의장 임기중 행정수도 해법을 도출하는 현장을 관장하면서 실질적인 조타수 역할로도 뛸 수 있는 이런 기회의 창이 언제 또 열리겠나. 여당이 주도하는 형국이지만 계기가 되면 야당도 마냥 외면하지는 못할 것이다. 어느 정도 정파간 갈등과 충돌은 노정되겠지만 그 역시 정책의 당위성을 공고히 하는 기회비용의 지불로 받아들이면 그만이다.

이제 서막이 시작됐을 뿐이다. 행정수도 완성으로 가는 여정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고 그 고비고비 때마다 박 의장은 평형수 역할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상황 전개에 따라선 조정자 겸 플레이어로 나선다 해도 흠이 안된다. 지역민들은 무언가 도모하는 박 의장의 실천적 의지를 지지하고 있고 박 의장은 의회 권력의 정점에 서있다. 합리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능이 부여된 박 의장이라 할 수 있으며 그런 까닭에 행정수도 완성을 위해 결정적인 지점에서 일익을 담당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현재 권력지형에서 박 의장 임기 2년은 충청의 정치적 공유자산 개념으로 확장된다. 지역 입장에서 이는 자연스러운 현실론적 해석이자 인정상정의 작용으로 이해된다. 그에게 충청 관련 현안 주문이 잦아지는 이유이며, 다 절박한 사정이 있는 만큼 경청과 강단을 보였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정치인생 절정기를 맞은 박 의장으로서 주눅들 이유가 뭐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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