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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산책] 가장 뛰어난 사람은 고통 속에서 환희를 얻는 법이다

2020-06-30 07:28:29

김혜원 보이스 팩토리 아우라...
1913년부터 1930년까지 17년 동안 영국 시단의 대표로 왕실에서 임명하는 '계관 시인'이었던 로버트 브리지스(Robert Bridges·1844-1930)는 6월을 노래하는 시를 썼다.



유월이 오면 나는

온종일 향긋한 건초더미 속에

내 사랑과 함께 앉아

산들바람 부는 하늘에

흰 구름 얹어놓은

눈부신 궁전을 바라보련다.



그녀는 노래를 부르고

나는 노래를 지어주고

아름다운 시를 온종일 부르리라.

남몰래 내 사랑과 건초더미 속에 누워있을 때

인생은 즐거우리라.(로버트 브리지스 시 '유월이 오면')



어느덧 6월이 오는 듯하더니 코로나19로 우왕좌왕하는 사이 벌써 한해 절반이 지나가는 6월이 가고 있다. 수필가 피천득 씨는 6월을 '원숙한 여인'에 비유했다. 자연은 계절마다 아름답지만, 녹음이 우거져 가는 6월에 유독 더 눈부시다. 푸른 물이 뿜어 나오는 듯한 진초록 잎들, 흐드러지게 핀 꽃들, 자연이 가장 싱싱한 생명의 힘을 구가하는 때이다. 통통 뛰는 용수철 같은 탱탱함, 온몸으로 발산하는 생동감, 삶에 대한 자신감이 넘치는 원숙한 여인 같은 때이다.

요즘 자주 듣는 집콕, 자가 격리,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단어 자체가 소외감과 단절을 느끼게 한다. 공공장소에서 모르는 사람이 가까이 있으면 왠지 불안하다. 기침이나 재채기라도 하면 피하고 싶어진다. 그런데 오랜만에 외출이 허락돼 못 보던 자연을 만나게 되면 그렇지 않다. 꽃이나 나무들은 언제나 피하지 않고, 언제나 반갑고, 기쁘게 맞이한다. 이런 것이 바로 자연이 주는 소박한 행복이 아닐까.

그러나 5개월째 접어든 '왕관'을 쓴 모양의 바이러스 전염병은 우리를 아직 놓아줄 생각이 추호도 없는 것 같다. '무증상 감염'이라는 신기한 전략으로 우리를 한참 괴롭힐 작정이다. 그래도 향기로운 초여름 6월 지나고 싱그럽고 짙은 진녹색으로 나뭇잎을 물들일 7월을 오면, 아름다운 하늘, 꽃, 숲, 미풍을 느끼며 '아, 인생은 아름다워라' 하고 노래하는 마음만은 늘 간직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런 신비의 계절에 맞는 아름답고 마음을 따뜻하게 하여 주는 곡들을 소개해 함께 힘을 얻고 용기를 내고자 한다.

올해는 특별히 음악의 악성이라고 알려진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다. 그중에 베토벤의 유일한 오페라 '피델리오 Op.72'는 1805년 초연 이후 9년 동안 3번의 수정을 거쳐 1814년 완성본을 내놓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오페라다.

오페라 '피델리오'는 '레오노레'라는 여주인공이 '돈 피차로'라는 사악한 교도소장에 의해 지하 교도소에서 고독한 감금으로 서서히 굶어 죽고 있는 남편 '플로레스탄'을 구하기 위해 '피델리오'라는 젊은이로 변장, 남편을 구출하는 레오노레의 영웅주의와 헌신적인 사랑을 묘사하고 있다. 오페라는 처음 레오노레(Leonore)로 불렸지만, 나중에 피델리오(Fidelio)라고 이름을 바꿨다.

메가박스가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상영 중인 '피델리오'는 현대적 연출이 돋보인다. 2015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독일의 '클라우스 구트'가 연출한 이 작품은 쇠창살 하나 없이, 관념적인 조형물과 그림자만으로 교도소를 표현해냈다. 추상적인 무대 뒤에 어울리게 배우들의 연기는 행위 예술을 연상시킬 만큼 독특하다. 지휘자 '프란츠 벨저 뫼스트'가 이끄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박력 넘치는 연주도 극을 풍성하게 만든다.

'피델리오'가 전하는 메시지는 하나다. '가장 뛰어난 사람은 고통 속에서 환희를 얻는 법이다' 김혜원 보이스 팩토리 아우라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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