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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논단] 길 위에서 잃어버린 이름 '유기견'

2020-06-04 07:17:18

김민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
며칠 전 이른 새벽에 필자에게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지인이 유기견센터에서 입양한 반려견이 호흡곤란이 와서 응급처치를 도와달라는 내용이었다. 자세히 들어보니 그 아이는 최근 심장사상충 감염 진단을 받고 치료를 준비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증상이 더욱 악화된 상태였다. 아마도 그 전 보호자가 심장사상충 치료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커서 버려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되었다. 이처럼 유기견에 관한 문제들이 사회적 이슈로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그 수가 줄기는커녕 지속적으로 증가되고 있다. 최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2019년도 새로 등록된 반려견은 79만 마리를 넘어섰고, 전년도대비 44.3%로 입양이 증가된 반면, 유기·유실되는 동물 수도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약 13만 5000마리를 넘어섰다고 발표된 바 있다.

정부와 민간에서는 유실·유기동물의 보호에 많은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작년 한 해 정부는 동물구조비용으로 232억 원을 투입하였고, 3대 민간 동물구조단체의 후원금도 100억 원이 넘는다고 하니 유기동물 지원에 따른 예산규모도 만만치 않은 상태이다. 하지만 이 정도 규모의 예산으로는 구조와 보호에 사용되는 운영비 충당도 부족해서 사실상 일반인들의 입양에 대한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언론 캠페인이나 방송프로그램들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 동참하여야 한다. 최근 문제행동을 보이는 반려견 관련 TV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반려동물 행동교육'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확대하여 유기견 입양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의 흥미를 더욱 유발하여야 한다. 또한 프로그램의 내용이 교육적 측면(행동 교육, 사회성 교육 등)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재미요소를 늘려야 할 것이다. 최근 지역별로 유기견 입양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죽음의 문턱에 놓여있는 유기견들을 입양시킴으로써 동물을 구해준다는 느낌을 주지만, 유기견마다 가지고 있는 사연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빨리 빨리 입양시켜야 한다는 목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안타까웠다. 유기견 입양은 사람들의 관점이 아닌 유기견들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한 후 신중하게 진행되어져야 한다.

유기견 입양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유기견을 집으로 데려오기 전에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이 있다. 물론 상황과 과정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첫째, 유기견에게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유기견은 아직 새로운 보호자의 집, 생활규칙, 가족 구성원을 모른다. 익숙해 질 때까지 1-2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잘못된 행동을 꾸짖기보다는 올바르게 행동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둘째, 길거리 안전을 최대한 보장하여야 한다. 유기되었던 당시의 기억들로 인해 길거리에 대한 트라우마가 상당기간 존재하기 때문에 몇 달 동안은 산책이나 야외놀이 등을 할 때 매우 신경을 써야 한다. 반드시 목줄을 사용해야 하며, 보호자 곁에 항상 머무르도록 해야 한다. 셋째, 유기견의 집안 적응을 쉽게 만들어 줘야 한다. 예를 들어, 부엌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면 문을 닫아두거나, 꾸짖지 않으면서 더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보호자는 유기견에게 있어 좋은 역할모델이 될 것이며, 신뢰를 얻게 될 것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유실·유기동물의 입양에 따른 부담비용을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하였다. 질병진단과 치료비, 예방접종, 중성화 수술비 등 일부 경비의 50%까지 지원하는 정책이다.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와 함께 유기동물 보호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높아지면서 '노킬(No-Kill)' 정책을 선언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늘어나고 있으며, 공고기간 이후 즉시 인도적 처리를 포함한 안락사를 진행하기보다는 장기적인 보호시스템 또는 입양 등을 추진하면서 자연스럽게 보호기간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유기동물관련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하여 정부와 민간의 연대로 동물등록의무제와 같은 사전예방중심의 정책으로 전환해야 하며, 유기동물의 적절한 환경제공과 치료가 지원될 수 있는 제도적 보완과 동시에 일반인들의 입양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한다면 반려동물과 사람이 모두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민규 충남대 동물원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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