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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헌 칼럼] 황교안의 '황소고집'

김시헌 기자 | 2020-02-26 18:23:36

▲김시헌 논설실장
권영진 대구광역시장이 지난 23일 브리핑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대구폐렴', '대구코로나'라고 부르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이런 용어가 대구시민을 비난하고 조롱하는 듯이 사용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는 "우한폐렴이라고 하지 않듯이 대구폐렴도 없다. 코로나19가 있을 뿐"이라고 못을 박았다. 그의 호소는 피해가 집중된 대구시민의 심정을 한마디로 대변한 것이었고, 국민들도 이에 공감을 표했다.

같은 날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대구·경북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입장문을 통해 "대구·경북의 우한폐렴 확진자는 급증하고 있으며, 안타깝게도 당분간 이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전역 방문 외국인 입국을 금지해 달라"고 정부에 촉구하기도 했다. 미래통합당은 이어 '우한 코로나19 대책 특별위원회'도 구성했다. 기존 '우한폐렴 대책 태스크포스(TF)'를 확대 개편한 특위는 황 대표가 위원장을 맡았다.

미래통합당은 코로나19 발발 초기부터 그 발원지가 중국 우한(武漢)인 점을 들어 '우한폐렴'으로 지칭해왔다. 우리 정부와 세계보건기구(WHO)가 특정 지역명이 들어가지 않은 '신종 코로나'로 불러줄 것을 권고했지만 이를 귀담아 듣지 않았다. 오히려 당 지도부는 '우한폐렴'을 강조하며 현 정권을 압박했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당 최고위에서 "우한폐렴을 우한폐렴이라 말하지 못하는 더불어민주당, 과연 국민의 대표라 말할 자격이 있나"라고 비판했다. 황 대표도 "처음에 당이 우한폐렴이라고 했고, 국민들도 그렇게 알고 있다"며 "국민에게 편한 표현을 쓰는 것"이라고 했다.

미래통합당이 끝내 '우한폐렴'을 고집하는 배경에는 정치적 목적이 깔려 있는 듯하다. 우선 '문재인 정권은 친중 정권'이란 프레임에 가둠으로써 얻을 정치적 이익이다. 현 정권이 중국과 관계유지에 중점을 두느라 '전통적 혈맹'인 미국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면 보수세력 결집을 유도할 수 있다. 정부·여당이 중국 앞에선 한없이 약해지고, 사대주의적 습성을 갖고 있다는 식으로 몰아 국민들의 자존감을 자극하면 총선을 앞두고 지지세 확대에도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중국인 입국금지 청원이 수십만에 이를 정도로 폭주하는 것에서 보듯 '혐중(嫌中)'에 편승하고픈 유혹도 있을 것이다.

그랬던 미래통합당이 대구·경북지역 확진자 급증과 권 시장의 '대구폐렴' 사용 자제 요청을 계기로 '우한폐렴' 사용 빈도를 줄이는 모습이다. SNS나 포털에 통합당도 우한폐렴이라고 지역명을 쓰는 마당에 대구폐렴이란 말을 쓰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는 댓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 소속 의원 대부분은 이후 각종 보도자료 상에서 신종 코로나19로 지칭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황 대표만은 줄기차게 '우한'이란 지명을 입에 달고 있다. 그는 어제도 '우한폐렴', '우한코로나'로 지칭했다. 따가운 시선에도 여전히 '우한'을 포기하지 않는 고집스런 면모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정치지도자의 덕목 중 하나는 국민의 마음을 얼마나 잘 헤아리고 달래줄 수 있느냐라는 점일 것이다. 권 시장의 지적이 아니라도 '대구폐렴', 'TK코로나'는 그 지역 주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일이다. '우한폐렴', '우한코로나'라는 용어도 우한시민에게 마찬가지가 아닐까. 국민의 정서도 이미 코로나19로 받아들이고 있다. 무릇 정치지도자라면 탁월한 식견과 능력, 통찰력에 앞서 국민의 보편적 정서와 발을 맞추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저 '편한 표현을 쓴다'는 황 대표의 내적 신념과 '코로나19'라는 사회적 통념 간 인지부조화는 해소될 기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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