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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밭춘추] 거짓말

2020-02-14 07:05:02

김주원 극단 백 개 무대 대표...
연기를 잘 한다는 건 어떤 걸 말하는 걸까. 단순히 기술의 문제일까. 물론 우리는 연륜이 쌓여 기술이 뛰어난 연기자들을 보며 감동할 때가 있다. 그러나 뛰어난 기술만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기술만으로 채워진 배우의 연기는 종종 피로감을 주기도 한다. 반면에 아마추어의 연기가 오히려 감동을 줄 때가 있는데, 분명 어설픈 연기를 하는데도 깊은 울림이 있을 때. 그 안에는 늘 진정성이 있었다. 그렇다면 그 진정성은 무엇이었을까.

예술은 거짓말이다. 대놓고 거짓말을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안에서 진실을 찾는다. 자기만의 진실을 발견했을 때, 그 예술은 그 사람에게 특별한 것이 될 것이다. 그러니 예술은 결국, 진실을 담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거짓말을 갈고 닦는 작업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어떻게 진실을 담을 것인가. 어떤 연기자는 말했다. '한 명을 설득하는 힘과 천 명을 설득하는 힘은 같다.'라고. 나는 그 말 안에 예술이 하는 거짓말이 어떻게 진실이 되어야 하는지 담겨있다고 느낀다. 예술이 말하는 '진실'은 '진짜 같은 것'이 아니다. 아마추어의 어설픈 연기를 보며 감동할 수 있던 것처럼 우리는 예술 안에서 '진짜 같은 것'을 찾는 게 아니라, '진실하고 참된 마음'을 찾는 것이다. 그 '마음'이야말로 우리가 예술이 던지는 뻔한 거짓말에 번번이 속아주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무대 위의 배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리고 공감하는 순간, 감동이 몰려오는 것. 그 설득당하는 순간을 위해서라고 말이다.

거짓말. 허구라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이야기를 갈구한다. 바로 감동의 그 순간을 위해서. 그게 대체 무엇이길래. 그리스의 철학자는 그것을 '정화'라고 말했다. 카타르시스로 우리의 감정을 해소하면서 정신이 깨끗하게 씻겨지는 것이라고. 몸은 더러워지면 물로 씻어내면 그만이다. 그러나 정신이 혼탁해졌을 때 사람들은 그걸 쉽게 씻어내지 못한다. 그때 필요한 것이 바로 예술이 만든 거짓말이 아닐까. 극장을 찾는 사람들은 그렇기에 흔쾌히 설득당할 준비가 되어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우리를 사기꾼이라고 부를 것인지, 예술가라 부를 것인지, 그 여부는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얼마나 거짓말을 잘하냐에 달렸을 것이다. 김주원 극단 백 개의 무대 대표 (극작가·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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