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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포럼] 새로운 에너지 시장과 소형원자로

2019-07-23 09:10:34


▲정익 한국원자력연구원 미래전략연구부장
새로운 기술은 인류의 생활 양식 자체를 바꾼다. 증기기관, 전기에너지, 컴퓨터와 인터넷,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기술 발전은 산업혁명이라고 일컬어지는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 이와는 반대로 인류의 생각과 생활양식의 변화는 새로운 기술과 시장을 탄생시킨다. 화석연료에 심하게 의존하던 인류는 환경 보존과 지구온난화 방지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이에 따라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 기술이 부상하고 있다. 또 이런 인류의 생각의 변화는 에너지 시장 자체를 전력 생산, 전력·열·수소 저장, 수송, 지역 난방, 건물의 냉·난방, 산업 공정열, 해수담수화 등으로 다변화시키고 있다.

원자력은 1907년대 오일쇼크 이후 대형 전력공급을 특기로 에너지 시장에 진입했다. 현재는 기술이 발전해 화력발전도 대형화되고 있지만, 당시 원전은 원전 1기로 인구 100만 이상의 대도시가 사용할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독보적인 경제력을 갖춰 안정적인 전력 공급의 핵심을 담당하며 산업발전을 견인했다. 1950년대 1세대 원전의 등장 이후 1970년대 2세대 경수로를 거쳐 1990년대 3세대 원전에 이르기까지 안전성과 경제성을 추구하며 꾸준히 대형화되던 원전은 최근 소형화에 도전하고 있다. 환경에 대한 인류의 생각이 변화하면서 풍력과 태양광 발전 등 재생에너지를 우선시하게 됐고, 기저부하의 중요성은 감소하고 전력 수요에 대한 즉각적인 응답이 더 중요해졌다. 이는 자연스럽게 소형 원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래 시장에서 저탄소 에너지원으로서 원자력이 갖춰야 할 조건은 무엇일까.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해야 할 뿐 아니라 변동이 심한 재생에너지에 맞춰 출력을 조절하는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 전력 이외에도 다양한 생산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소형원자로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당초 대형 원전의 경제성에 가려 개발도상국과 같은 틈새시장용으로만 생각했던 소형 원자로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기술적으로는 각 부분을 별도로 제작해 조립하는 모듈화 공법을 접목해 건설기간을 줄였고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자금으로 건설할 수 있어 사업 추진이 쉬워졌다.

최근 원전 사업을 재개한 영국은 소형원자로를 미래 국가 에너지믹스에 중요한 부분으로 보고 있을 뿐 아니라, 관련 산업의 발전을 이끌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평가하고 있다. 캐나다 역시 소형원자로를 석탄 화력발전의 대체재로 보고 있으며 격지나 오지의 전력·난방 공급, 오일샌드 생산을 위한 증기·전력 공급, 화학·석유 정제 등 중공업 분야에서 필요한 고온 증기 생산 등 다양한 시장을 고려, 국가 프로그램으로 산업체와 학계의 파트너십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소형원자로의 미래 가능성에 주목해 국가 차원에서 소형원자로 개발을 지원하고 국내 건설을 위한 노력도 진행하고 있다. 프랑스도 연구기관, 전력회사, 해운회사, 엔지니어링 회사가 파트너십을 통해 숙련 기술을 결합해 소형원자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 상황은 어떨까. 우리나라는 이미 국가 원자력연구개발사업으로 해수 담수화와 수규모 전력생산이 가능한 소형원자로 SMART(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 Reactor)를 개발하고 2012년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를 받았다. 현재는 산업체와 연구계가 협력해 사우디아라비아와 공동으로 실제 SMART를 건설하기 위한 엔지니어링 작업이 한창이다. 뿐만 아니라 해양, 우주, 극지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형원자로 개발도 계획하고 있다.

이제까지 원자력은 안정적이고 경제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면서 미세먼지와 탄소 배출이 거의 없는 청정에너지로 충분한 역할을 수행했다. 변화하는 에너지 시장에서 신재생에너지와 결합해 여러 분야의 에너지원으로 응용할 수 있는 소형원자로는 새로운 역할을 수행하며 미래 시장에서 매력적인 상품이자 신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정익 한국원자력연구원 미래전략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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