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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듯 다른 형제 '대전 그리다, 꿈꾸다'展

원세연 기자 | 2019-03-18 15:06:34


▲김안선, 엎질러진 우유, 116.8 x 91.0 cm, oil on canvas, 2017
여기 불만이 가득한 한 소년이 있다. 책상 위에는 우유가 쏟아져 흐르고 있고 이 소년은 눈 한쪽을 찡그리고 턱을 괴며 정면을 응시한다. 화가 난 상태서 우유까지 쏟아진 것인지, 책상 아래에 들어가던 중 우유가 쏟아진 것인지는 확인할 바가 없다. 다만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이 소년에 관람객들은 이유 모를 동질감을 느낀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 보일 수 없는 현대인들이 하루에도 열두번씩 표출하고 싶은 표정을 대신 지어준 탓이다.

강인지, 들인지는 모른다. 그곳에는 생명력 있게 표현된 풀잎들이 하늘로 뻗어있다. 화려한 색으로 색칠된 캔버스에는 풍경화와 정물화의 경계를 넘어선 풀과 꽃들이 지천에 널려있다. 그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았으면서도 바람을 이기고, 태양을 에너지 삼아 홀로 생명력있는 위용을 뽐낸다.

김안선 작가의 '엎질러진 우유' 속 소년이 상처받고 무시되고 방해받았던 순간에 멈춘 모습이라면 유근영 작가의 '엉뚱한 자연' 시리즈는 나홀로 고군분투하면서도 초라한 모습은 숨기고 당당한 자연의 모습을 담아냈다. 이 두 작품은 마치 반항심 가득한 막내동생과 동생을 어루고 달래는 큰 형처럼 닮은 듯 다른 두 형제와 같다.

원로작가의 능숙함과 신진작가의 신선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전시가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골프존 조이마루 6층 아트센터 쿠에서 열리고 있다.

골프존문화재단이 지난 14일 개막해 28일까지 여는 '제 7회 대전 그리다 꿈꾸다 展'에는 원로작가 신중덕, 유근영, 유병호 작가와 신진작가인 김안선, 박경범, 이주형 작가가 참여해 총 36점을 선보인다.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으로 화단을 이끌고 있는 신중덕 작가는 '만화경' 시리즈에서 추상적인 '구조'를 바탕에 두고, 그 위에 구체적인 '현상'을 드리워놓은 형식을 취한다. 그는 만화경에서 미립자로부터 대우주에 이루는 삼라만상이 신기루처럼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생멸(生滅)의 원리와 사태를 조형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유근영 작가의 '엉뚱한 자연'은 색채의 표현력, 색채의 힘을 통해 기존의 정형화된 조형형식을 과감히 파괴하고, 독창적이고 호소력있는 자신만의 세계를 드러내 보인다. 수년 동안 판화와 유화를 통해 재즈의 리듬을 색 면을 통해 드러내는 작업을 해온 유병호 작가는 만남의 메시지를 더 높은 시선에서 추상적인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신진 작가로 선정된 김안선 작가는 성장하지 못한 마음속 아이를 표현하고 부서진 동심의 상실감 을 화폭에 담았다. 박경범 작가는 '순수의 단초'를 통해 고유한 관념적 자연이나 구조, 이지적인 개념의 재현단계를 벗어나 화면의 자율화된 구성을 추구한다. 이주형 작가는 털 그림을 매개로 친근한 것이 불현듯 낯설게 다가올 때 두려움이 생기는 등의 중의적인 의미의 지층으로 뒤덮인 세계의 맨살을 그려낸다.

골프존문화재단 한 관계자는 "한 지역 문화예술의 정체성을 진단할때 공간과 시간은 유용한 프레임"이라며 "지역작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그들의 예술성을 함께 느껴보는 일은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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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영, The Odd Nature 2019-002, 181.8x259㎝, oil on canvas,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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