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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정치의 시간, 우리들의 시간

2018-06-14 17:09:23



지방 선거가 끝났다. 결과는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선거 평가나 정치공학의 문제가 다른 사람의 몫이라면, 유권자로서 개인은 각자의 삶을 이어가야 한다. 2018년 7월 1일 새롭게 출발하는 이들은 4년이라는 시간표를 짜겠지만, 시민들은 자신의 생활을 지속하는 수밖에 없다. 분명한 사실은 선거가 끝났고 새로운 지방정부가 시작한다고 해서 당장 삶에 큰 변화가 생기진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지방선거와 우리의 삶의 관계에서 어떤 것들을 생각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층위의 구분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광역시장,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등이 구분되어 있고, 각각의 역할과 기능이 다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 대다수는 이러한 구분을 두지 않는 것 같다. 현 정부에서 강조하는 '자치'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라도 상호 이러한 부분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중요하다. 모든 문제를 청와대 청원게시판으로 갖고 가는 현상이나, 공약을 살펴보면 기초의원과 광역단체장의 역할도 구분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어떻게 지역 차원에서 자치 구조를 만들어갈 것인가는 핵심적인 부분이다. 기초 단위로 갈수록 비전으로 포장된 '허언'이나 망상이 아니라 진짜 지역 현안이 담긴 구체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지방의원은 민원해결사가 아니라 민원중재자이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생산자가 되어야 한다. 여전히 지역에서 정치 영역은 소수 중심의 그들만의 리그이다. 그리고 대다수 주민들은 민원을 통한 만남과 지지로 연결된다. 오죽하면 지역 정치인이 '민원인 만남의 날'을 정기적으로 개최하겠는가. 지방의원은 단순한 민원의 해결보다는 지역공동체의 통합적 관점에서 함께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이끌어가는 매개자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은 정치인 개인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공동의 목소리를 모으고 공동의 해결방안을 찾아가는 과정으로서의 정치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방의원은 정치인이기 이전에 주민자치와 마을공동체의 일원이어야 한다. 지방의원은 권력의 행사라기보다는 지역사회와 함께 더 나은 지역공동체를 만들어가는 '활동'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부족한 지방재정 내에서 지방정부와 함께 다양한 현안을 중심으로 어떻게 지역사회가 지속가능한 공동체로 가능할 수 있을지를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누가 무엇을 잘하느냐 혹은 누가 무엇을 했는가의 능력이나 업적 위주의 생각이 지역사회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속가능성의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정말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어떤 문제를 누구와 함께 해결할 것인가 하는 절차와 과정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지역전문가는 많지만 정작 지역사회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들은 드물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과 우리를 대상으로 논의되는 것 사이에는 괴리가 있다.

보통 인간이 살아갈 때 중요한 요소로 '의식주'를 꼽는다. 실제로 이 세 가지는 인간 삶의 필수 요소이다. 하지만 의식주가 해결된다고 해서 삶의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정치란 인간의 삶을 더 나은 것으로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더 나은 삶'을 향한 노력이 곧 정치 활동이다. 의식주 문제가 물질적 측면에 해당된다면, '더 나은 삶'으로서 정치는 비물물질적인, 즉 정신과 영혼에 해당되는 것들도 포함하는 것이어야 한다. 당장 필요한 시설을 만들거나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 정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이상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동네에서 주민들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고 미소로 인사할 수 있는 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이야말로 정치의 궁극적인 목적이 아닐까.

곧 시작하는 지방정부 4년은 단순한 민원해결, 재건축, 도로 확장, 복지정책 등의 사업과 정책으로 드러나지 않는 사람과 공간, 마을과 교육, 개인과 공동체가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애쓰는 '정치'를 꿈꾼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넘어 건강한 혈관이 흐르는 지역공동체를 꿈꿔본다. 그것은 인간의 삶을 디자인하는 일이다. 정치는 곧 예산과 정책이라는 구체적인 수단과 무기를 갖고 개인의 일상을 디자인하는 고도의 기술이자 작업이다. 전근대와 근대, 탈근대가 공존하는 지역사회에서 비록 무리인줄 알지만, 그래도 그러한 정치를 꿈꿔본다. 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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