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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도 반한 물맛…이제는 예술이 흐른다

김진로 기자 | 2018-04-17 16:00:15



노후된 주택과 허물어져가는 담장,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시골마을의 풍경이다.

을씨년스럽기까지한 마을 풍경에 찾는 이들의 발길조차 뜸했던 시골마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증평군이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증평읍 죽리마을을 대상으로 추진한 새뜰마을 사업이 침체된 마을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

군은 이 사업에 12억 원을 들여 노후된 주택을 개량하고, 담장에는 벽화로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하수도와 공동화장실·도로정비, 공동주차장·마을공원도 조성하는 등 생활 인프라 확충과 주거환경을 개선했다.

또 슬레이트 지붕 개량 사업을 통해 새로 들어선 지붕은 검은색에 삼족오가 새겨져 벽화와 함께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기존에 2대 밖에 없던 CCTV도 3대가 더 늘어나 주민들의 든든한 안전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민들이 엄두를 내지 못했던 정주여건을 개선하고 외지 관광객에게는 볼거리를 제공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증평읍에 위치한 죽리 새뜰마을은 2015년부터 올해까지 주거환경 개선과 함께 마을 곳곳을 예술작품들로 꾸미며 마을 전체가 거대한 갤러리로 거듭나고 있다.

예술이 느껴지는 이곳 죽리 새뜰마을을 걷고 있으면 예술에 취하고 풍취에 또 한번 반한다.

마을에 들어서면 대나무 공원이 낯선 방문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대나무 공원은 하늘 높이 치솟은 대나무를 중심으로 타일벽과 타일의자로 구성돼 있다.

타일의자 앞에는 장독대모양의 돌 의자가 시골마을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이 대나무공원은 죽리 새뜰마을 사업을 추진한 김웅회 이장이 스페인의 구엘공원에서 벤치마킹을 해 만들었다고 한다.

구엘공원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스페인의 천재 건축가 가우디가 만든 세계적인 관광명소다.

구엘공원에서도 명소로 꼽히는 어마어마한 길이의 타일의자가 있는데 이 타일의자를 벤치마킹한 것이 대나무공원의 타일의자다.

타일벽에는 죽리초 아이들의 동심이 녹아있는 그림이 수를 놓고 있다.

마을 곳곳의 담벼락에는 다양한 그림체의 벽화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수 십명의 작가가 그림과 캘리그라피를 접목해 마을의 담장을 예술작품으로 탈바꿈시켰다.

이들 벽화를 감상하면서 마을을 거닐고 있으면 마치 거대한 명품 갤러리에 있는 착각에 빠질 정도다.

마을 벽화에는 각각의 의미가 있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경로당 앞에는 소시지 벽화가 밀집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새뜰마을이 소시지 체험마을을 계획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또 비행기 그림은 외국인 관광객까지 찾는 국제적 관광지를 만들겠다는 마을의 포부를 벽화에 담았다.

또 아이들을 위해 다양한 캐릭터도 그려놓았다.

특히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좁은 골목을 오히려 더 꾸며 놓아 모험의 통로처럼 꾸며 놓았다.

좁은 골목길 속의 그림들을 보며 길을 걷다보면 그 끝에는 호랑이와 곶감의 설화를 그린 벽화가 있는데 타일로 제작해 놓아 멋스럽기까지 하다.

동네의 벽화를 둘러보고 경로당으로 돌아오면 경로당 기둥의 호랑이가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김웅회 이장은 "이 호랑이 벽화는 부산에서 초빙한 작가가 며칠 동안 그린 그림"이라며 "좌우 어디에서 봐도 사람과 눈을 마주 하는 신기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마을을 찾는 방문객뿐만 아니라 마을 주민들의 만족도도 높다.

한 마을 주민은 "예전에는 산책이라는 단어를 생각할 수 없었는데 이제는 마을을 산책하는 재미가 쏠쏠해 졌다"고 마을 자랑을 늘어놓았다.

마을 벽화를 구경했다면 '조선시대 독서광'으로 알려진 김득신이 앉아 죽리를 노래했다는 느티나무와 박샘이 기다린다.

먼저 이 마을을 지켜온 650살이 넘는 보호수를 만날 수 있다.

수종은 느티나무로 높이 12m, 둘레 5.2m의 웅장함을 자랑한다.

앞에는 바가지 모양의 조형물과 함께 샘이 흐르고 있다.

이 샘에는 다양한 설화가 있다.

세종대왕이 안질 치료차 초정약수터에 가던 중 이 샘에 들렸는데 물이 맛있다고 칭찬해 이름 없던 '둠벙물'이 '바가지 샘'이란 이름을 갖게 됐다.

이후 바가지 샘은 부르기 편하게 '박샘'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조선시대 독서광'으로 알려진 김득신(1604-1684)은 임진왜란 때 진주성 대첩을 이끈 김시민 장군의 손자로, 17세기 대표적인 시인이다.

증평의 자랑인 김득신은 대기만성의 대표적인 인물로 어릴 때 천연두를 앓아 아둔했으나 백이전(伯夷傳)을 무려 11만 번이나 읽을 정도로 부단히 노력해 59세에 과거에 급제하고 당대 최고의 시인이 된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김득신이 죽리를 노래한 고연시비의 내용이다.

'저물녘 난간에 기댄 늙은이

아득한 들녘 흥취에 끌리네

성긴 수풀에 지는 해 비곁는데

쓸쓸한 주막엔 외로운 연기 피어오르네'

이 시와 김득신의 그림은 박샘과 어우러져 시골마을의 풍취를 더한다.

죽리 새뜰마을은 증평 민속체험박물관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으며 율리 좌구산 휴양림에 들어서는 길에 위치해 주변 관광지와 같이 방문하기에 제격이다.



새뜰마을 정비사업은?

증평 죽리 새뜰마을은 2015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12억을 들여 생활 인프라확충과 주거환경을 개선한 마을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죽리 새뜰마을은 △구엘공원을 벤치마킹한 대나무공원 △다양한 작가들이 그린 담장 벽화 △김득신이 앉아 죽리를 노래했다는 느티나무와 박샘 △소세지 만들기 체험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개발해 군민과 방문객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정비사업 완료 후 제천 운학마을 등지에서 죽리 새뜰 마을은 벤치마킹하려는 발길도 잇따르고 있다. 김진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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